지금 대한민국 의료계는 환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18일 집단 휴진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전국의과대학교수협회 역시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서울의대는 17일 휴진에 들어갔고 연세의대 교수들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가톨릭대 의대와 울산대 의대 교수들 역시 이런 움직임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의협은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 취소 등을 요구하며 집단 휴진 총파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넉 달째 해법을 못 찾자 후배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겐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가장 약자인 환자들을 볼모로 휴진을 강행하겠다는 건 의사이길 포기하고 잇속만 챙기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특히 고난도 수술 등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의대 교수들마저 진료 중단에 나서야 할 일인지 납득되지 않는다. 병원이 열리고, 치료해줄 의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들은 커다란 안위를 느낄 수 있다. 반면 병세가 심해지고, 죽을지도 모르다면 병원 문을 닫는다는 통보만으로도 실제 환자들이 느낄 두려움은 엄청날 것이라고 본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 단체들이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했던 환자들에게 절망적인 소식”이라며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生)을 넘어 ‘각자도사(死)’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아픈 몸을 이끌고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야 할 만큼 절박해진 환자들의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여기에 교수들마저 장기간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도 병원을 지키고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의사들이 있다. 뇌전증 전문 대학병원 교수 모임인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는 의협의 집단 휴진에 불참하겠다고 지난 14일 선언했다. 이들은 뇌전증 환자는 단 한번 약을 먹지 않아도 심각한 경련이 발생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휴진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또 140여 병·의원이 가입한 대한분만병의원협회도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갑자기 양수가 터지거나, 예정에 없는 출산이 생길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여기에 120여 병원이 모인 대한아동병원협회와 수술에 필수적인 마취의사 단체인 대한마취통증의학회도 18일 정상 진료한다. 생명을 지키는 게 그 어떤 명분보다 더 우선임을 내세웠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의사집단을 정부는 더 이상 용서해선 안된다는 강경한 의견도 적지 않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집단 휴진으로 인한 진료변경 업무를 거부하며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도 확정된 터라, 의사들이 ‘명분 없는 휴진’에 나서고 있다는 시민사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자 곁에서 생명을 지키고 직업 윤리와 책무를 다하기로 한 참의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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