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의 뺑소니·음주운전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서울 강남에서 뺑소니 사고를 내고 줄곧 음주운전을 부인하던 김씨가 열흘 만인 지난 20일에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김씨는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반성의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21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정말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정성있는 반성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나름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종 의혹에도 김씨는 11∼12일(고양), 18∼19일(창원) 공연까지 강행했다. 23~25일 공연도 그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주운전 감정결과가 나오고 자택·소속사·주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구속을 모면하려고 마지못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 그동안 김씨와 소속사의 행동이 너무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김씨는 개인의 단순한 일탈을 떠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도덕불감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음주사고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공황장애’ 핑계까지 대며 운전자 바꿔치기도 시도했다. 뿐만 아니다. 사고 이후에 술을 사고 매니저는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까지 없앴다. 음주 사고라는 범죄를 은폐하려는 온갖 비열한 수법까지 동원한 셈이다. 전직 검찰총장 대행 출신의 거물급 변호인을 선임한 대목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연예인은 공인(公人)에 걸맞은 언행이 요구된다. 인기 연예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치외법권 자격이라도 있는 듯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생활 관리를 철저히 하고 매사에 각별히 주의하는 게 팬들과 사회에 대한 도리라고 본다. 소속사나 기획사도 기업이지만 최소한의 기업윤리는 지켜야한다. ‘돈’ 되는 연예인이라고 무조건 감싸고 도는 행태를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이 역시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연예인은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된 지 오래다. 품성에 결함이 있고 자기관리에 소홀한 연예인이 청소년에게 미칠 파급효과는 가늠하기 힘들다. 소속사나 기획사도 이러한 점들을 감안해야 한다. 사고 이후의 김씨의 행적은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의 허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의 대처방식이다. 사고 후 캔맥주 구매는 사고 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해 사후 혈중알코올농도 유추 방식인 위드마크 공식을 무력화하기 위해 종종 이용된다. 결국 검찰총장까지 나서 “사법 방해에 엄중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권력자와 유명인 앞에서 칼날이 무뎌지는 우리 사법 체계 책임도 크다. 거짓 증언과 사건 은폐가 그치지 않는 것도 다름아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에선 수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등의 사법 방해를 중죄로 다스린다. 우리도 사법 방해 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철저한 수사를 통해 음주운전과 뺑소니, 증거조작 등에 연루된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단죄는 당연하지만 연예계의 자정 노력도 요구된다. 음주운전을 하고서도 빠져나가는 법적·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잠시 활동을 접고 자숙하는 모양새를 보이다가 슬그머니 복귀하는 구태도 이제는 확실히 끊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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