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정주영(1915-2001)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가로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전쟁’을 예로 들었다. 기업이 아무리 힘들어도 직원들이 죽어 나가는 일은 없으니 기업 하기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논리였다.경영이 쉽단 이야기가 아니다. 곱씹어보면 기업 경영보다 어려운 건 ‘전쟁’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쟁보단 쉽다’는 정신력으로 대한민국 기업은 ‘기적’에 가까운 경제적 성취를 이루었다. 1950년 폐허에서 시작해 석유파동과 IMF를 모두 이겨내고 선진국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죽음의 공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이겨낸 경제 영웅들의 공로였다. 17일 한국 경제 영웅 중의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홈센타홀딩스 창업자 박철웅(80) 명예회장. 고인은 1970년 위생기구 및 타일 도소매업체 시작해 연매출 4천274억원(2024년)의 기업으로 일으켰다. 홈센타홀딩스의 자회사인 보광산업은 지난해 기준 전국 15개 업체만이 보유한 골재 KS인증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제50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대구신공항 공사를 앞두고 가장 촉망받는 지역 기업 중의 하나다. 박 명예회장의 수고와 성취엔 간과해서는 안 될 ‘어려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역’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지역’에서 기업을 하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 중의 하나다. 여기에 더해 대구 경북의 건설업계는 IMF를 통과하면서 재난 수준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전국구 대기업으로 통하던 향토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고, 건설 현장에는 타지역에서 온 인력이 그득할 정도였다. 지역 업체들로서는 그야말로 빙하기에 버금가는 혹한기를 겪었다. 폐허에서 다시 일어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홈센터홀딩스와 보광산업은 고인의 강력한 리더십과 ‘선견지명’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건설업의 붕괴와 ‘지역’이라는 한계를 딛고 눈부신 성공을 일구었다.경제인들에 따르면 고인은 지역을 기반으로 일어선 기업인으로서 ‘전국구 대기업’ 회장들 못잖은 인내와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의 성취는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대구신공항과 공항도시 건설이라는 가장 큰 공사를 앞두고 있다. 고인이 차곡차곡 쌓 아올린 기업의 저력이 드디어 진가를 드러내기 직전이다. 지금의 현대가 정주영 회장이 쌓은 내공과 기반 덕분인 것처럼, 박 명예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기업과 정신과 인재들 역시 대구경북의 건설업과 지역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대의 수고를 잊지 않는 것은 후대의 의무이자 특권이다. 앞선 이들의 땀과 눈물을 기억해야 미래의 번영을 기약할 수 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결코 재현되지 않는다. 역사는 ‘오래된 미래’라고 했다. 공을 기리고 덕을 기억해야 성공의 역사를 후대에도 다시 쓸 수 있다. 우리가 박 명예회장의 리더십과 지혜를 두고두고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이유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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