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는 1176년에 지었다. 당시 신기질이 남쪽으로 돌아온 지 10여 년이 되었을 때, 강서(江西)의 제점형옥(提點刑獄)을 맡아 호남과 강서 등지를 자주 순회하였다. 조구(造口)에 이르러 밤낮으로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니, 작가의 기분 또한 이 강물처럼 기복이 일자 애국의 정서를 담아 이 사를 지었다. 菩薩蠻 보살만 pú sà mán 書江西造口壁 강서 조구(造口)의 벽에 적다. shū jiāng xī zào kǒu bì 辛棄疾 신기질 Xīn Qìjí鬱孤臺下淸江水. yù gū tái xià qīng jiāng shuǐ.울고대 아래 맑은 강물이 흐르니. 中間多少行人淚. zhōng jiān duō shǎo xíng rén lèi. 그 중엔 수많은 나그네 눈물이. 西北望長安. xī běi wàng cháng ān.서북쪽 장안을 바라보니. 可憐無數山. kě lián wú shù shān.애석하게도 무수한 산들만 보이네.靑山遮不住.qīng shān zhē bú zhù.푸른 산도 (강물을) 막지 못하니.畢竟東流去. bì jìng dōng liú qù.결국에는 동쪽으로 흘러가겠지.江晩正愁余. jiāng wǎn zhèng chóu yú.강가에 해가 지니 나는 근심이 가득. 山深聞鷓鴣. shān shēn wén zhè gū.깊은 산 자고새 소리 들리네. ① 菩薩蠻(보살만): 본래는 당나라 교방곡이었으나 후에 사패로 사용되었으며 또 곡패(曲牌)로도 쓰였음. “보살만(菩薩鬘)”, “중첩금(重疊金)” 등으로 불림. 쌍조 44자이며 소령(小令)에 속하며 5·7언으로 이뤄짐. ② 造口(조구) : 조구(皂口)이며, 강서성 만안현(江西省 萬安縣) 서남쪽 60리 떨어진 곳에 있음. 건염(建炎) 3년(1129)에 금나라의 병사들이 융우태후(隆祐太后)의 배를 추격해 조구까지 이르렀으며, 강서성 서부가 금의 침략으로 위태로웠음.③ 鬱孤臺(울고대) : 지금의 강서성 감주시(江西省 贛州市) 서남쪽 하란산(賀蘭山)에 있음.④ 淸江(청강): 감강(贛江)과 원강(袁江)이 합류하는 곳의 옛 명칭.⑤ 長安(장안): 종종 수도를 대신해서 쓰임. 이 사에서는 임안(臨按)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북송의 고도인 개봉(開封)과 북방의 광대한 지역을 가리킴.⑥ 可怜(가련): 애석하다, 가련하다.⑦ 愁余(수여): 나로 하여금 근심을 느끼게 함.⑧ 鷓鴣(자고): 새 이름. 전설에 울음소리가 “제 곁을 떠나서는 안 돼요 그대여(行不得也哥哥)”같다고 하며,처량하게 우는 소리. 상편 첫 번째 구는 작가의 감정을 구체화하였다. 특히 ‘울(鬱)’자는 침울과 우울을 나타내고, ‘고(孤)’자는 홀로 우뚝 선 느낌이 있어, 울고대 세 글자는 정면을 향해 외로이 우뚝 솟은 높은 누대를 나타낸다. 작가는 이 세 글자를 작품의 첫머리에 두고 가슴 가득 찬 분노를 나타냈다. “행인루(行人淚)”는 조구(皂口)의 일을 가리킨다. 작가는 융우태후(隆祐太后)가 쫓기던 곳에 직접 가서 건염(建炎)의 국맥이 한 가닥 실과 같은 위태로움을 통감하고 가슴 가득한 비분의 심정을 이 처량한 구절로 대신하였다. “북서망장안, 가련무수산(西北望長安, 可憐無數山).”에서 장안은 변경(汴京)을 가리키며, 서북쪽을 바라보는 건 북쪽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작가는 융우태후가 쫓겨난 것을 회상하며 중원(송나라)이 함락된 것으로 생각, 홀로 조구에서 변경을 바라보니 또한 두보가 기주(夔州)에서 장안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하편에서 “청산차부주, 필경동류거(靑山遮不住, 畢竟東流去).”에서 감강이 동쪽으로 흐른다는 말로 사인의 얽매이지 않고 가슴속에 담고 있던 감정을 적었다. 무수한 청산이 장안을 가릴 수는 있으나 강물이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눈을 돌려 눈앞에 보이는 경치를 적었으며, 하고자 하는 말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감정적 색채가 뚜렷하다. 상편의 푸른 강물은 즉 나그네의 눈물을 상징하고 동쪽으로 흘러가는 강물을 조국으로 비유하였다. “강만정수여, 산심문자고(江晩正愁余, 山深聞鷓鴣).”에서 강가 해는 지고 산은 깊으며 어두운 저녁 빛은 폐쇄적인 의미를 갖는다. 당연히 사인은 침울하고 외로움을 표현했으며 시작 부분 울고대와 은근히 대응한다. 깊은 산에서 요란한 자고새 소리 들려오고 한 가닥 슬픔과 처량함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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